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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옷차림도 갈라놨다?… 패션으로 본 정치·경제·사회

외환위기가 옷차림도 갈라놨다?… 패션으로 본 정치·경제·사회

심현희 기자
입력 2021-11-29 20:30
업데이트 2021-11-3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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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멋쟁이’展

90년대 호황기, X세대가 전성기 형성
경제 위기, 보세파·명품파 나뉜 계기 돼
최근 온라인 주도… 중심지·유행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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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요즘은 과거의 명동, 압구정동과 같은 ‘패션 중심지’ 개념이 약해졌다. 오늘날 서울 사람들의 일상적 패션을 나타낸 일러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20대 남성, 30대 남성, 60대 여성, 40~50대 여성. 서울생활사박물관 제공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요즘은 과거의 명동, 압구정동과 같은 ‘패션 중심지’ 개념이 약해졌다. 오늘날 서울 사람들의 일상적 패션을 나타낸 일러스트.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20대 남성, 30대 남성, 60대 여성, 40~50대 여성.
서울생활사박물관 제공
“1997년 찾아온 IMF 환란은 서울의 패션계를 어떻게 바꿔 놨을까. 나이키 운동화의 유행이 1980년대 교육자율화의 영향이라면?”

세상 만물엔 트렌드가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국내 패션 트렌드 흐름의 연관성을 보여 주는 서울생활사박물관의 ‘서울멋쟁이’ 전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사람들의 생활 속 옷차림을 통해 당시 정치적 상황과 시대 분위기, 경제 발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의 ‘패션 전시회’로 평가된다.

29일 서울생활사박물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해방 이후 패션부터 현재 한국 사람들의 패션상을 한눈에 보여 준다. 절대적 빈곤에 시달렸던 해방 직후 ‘낙타털 코트’ 등 서구화된 옷을 입고 외출했던 ‘트렌드 세터’들은 당시 소수의 ‘부잣집 사모님’ 등이었다. 이어 전쟁 뒤 산업이 재건되면서 명동 일대에 양장점들이 생겨나고 직장 여성과 여대생들이 패션 유행을 주도했다.

젊은이들이 패션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신문, TV 등 대중매체를 통해 해외 문화가 보급된 덕분이다. 1980년대 교복자율화는 패션을 향유하는 세대가 10대 청소년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컬러TV 방송과 프로스포츠가 시작되며 청소년들 사이에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대유행했다.

서울 패션의 전성기는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직전의 경제 호황기였던 1990년대다. 1980년대 교복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낸 10대들이 ‘X세대’로 성장해 패션의 중심지를 명동에서 압구정동 일대로 바꿔 놨다. 그러나 환란은 패션조차 양극화시켰다.

경제 위기 속에 동대문 패션타운이 급성장했지만 한편에선 청담동 명품거리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박혜림(42) 학예사는 “환란은 서울 사람들을 동대문 보세파(대중) 대 청담동 명품파(상류층)로 나누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각종 명품 브랜드와 패션 업체들이 몰려 있는 청담동은 여전히 부유층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쇼핑의 주도권을 온라인이 가져간 최근엔 과거의 명동, 압구정동과 같은 서울의 ‘패션 중심지’가 사라진 게 특징이다. 유행 아이템도 딱히 없고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개인의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 박 학예사는 “2020년대 서울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완전한 개인의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전시엔 한국 현대사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의상 71건이 진열돼 있다. 내년 3월 27일까지 생활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21-11-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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