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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자세 그대로…백마고지에 일등병 잠들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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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12-13 05:21 밀리터리 인사이드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백마고지 유해 발굴현장

지난달 28일 백마고지 395고지 정상에서 발견된 국군 전사자 추정 유해. 국방부 제공

▲ 지난달 28일 백마고지 395고지 정상에서 발견된 국군 전사자 추정 유해. 국방부 제공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높이 395m의 야산. 6·25 전쟁의 격전지로 이른바 ‘백마고지’로 불린 곳입니다. 국군이 22만발, 중공군이 5만 5000발의 포탄을 쏴 민둥산이 됐고, 그 모습이 ‘백마’와 같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곳입니다.

1952년 10월 6일 중공군 최정예 제38군은 3개 사단 4만 5000명을 동원해 군사 요충지인 이 산을 차지하려고 공세를 퍼부었고, 국군 9사단은 10여일의 치열한 전투끝에 결국 적을 패퇴시켰습니다. 24번이나 고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 중공군은 국군의 3배인 1만여명이 사상하거나 포로로 잡혔다고 합니다. 9사단은 당시의 공로로 ‘백마부대’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국민들의 심금을 울린 그 병사

그로부터 69년이 지나 백마고지 정상에서 발견된 한 신병의 유해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무명용사인 이 전사자의 계급은 ‘일등병’으로 현재의 ‘이병’에 해당합니다. 그의 개인호는 포탄과 총탄이 쏟아지는 진지의 가장 바깥쪽에 있었습니다.
군 장병들이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군 장병들이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 일대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사격하는 자세 그대로, 그는 진지에서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습니다. 방탄모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봐서 포탄 파편이나 적탄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시신을 수습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줍니다. 녹슨 군번줄이 있었지만, 인식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유해 근처에서는 계급장, 탄약류, 만년필, 숟가락도 발견됐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앞으로 이 무명용사의 신원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돌아오지 못한 전우를 그리며 울다

지난달 10일에는 백마고지 전투 참전용사 이상순(92)옹 등 9명의 영웅이 직접 발굴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쓰러진 전우를 고지에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과 전투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그들은 귀환하지 못한 전우를 떠올리며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었다고 합니다.
우리 군이 지난달 1일부터 60여일간 백마고지에서 발굴한 5132점의 전사자 유품 중에는 음료병을 활용한 화염병도 있다. 국방부 제공

▲ 우리 군이 지난달 1일부터 60여일간 백마고지에서 발굴한 5132점의 전사자 유품 중에는 음료병을 활용한 화염병도 있다. 국방부 제공

전투 현장에서는 음료병을 이용한 ‘화염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퇴각하기 직전 탄약을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화염병을 투척해 소각시켰거나 긴박한 진지 공격 상황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9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약 110일 동안 비무장 지대(DMZ) 백마고지, 화살머리고지 등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해 유해 22구, 전사자 유품 총 8262점을 발굴했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산야에서 싸우다 쓰러진 6·25 전쟁영웅 13만명이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더 많은 이들이 귀환하길 기원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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