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내 ‘위치 파악 프로그램’이 핵심
통신 3사별 호환 안 되는 시스템도 문제
정부 위치 파악 프로그램 표준화 추진 중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 휴대전화 이미지 사진. 123rf
알뜰폰 이용자 결국 살해…“야간이라 회신 못 받아”
경찰에 따르면 알뜰폰을 사용한 피해자는 지난 1일 오후 11시 10분쯤 가해 남성과 다투다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피해자와 통화를 계속 시도하면서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112시스템 위치 ‘측위’(위치 정보를 얻는 일)를 통해 피해자 위치를 파악하려 했습니다.
당시 기지국 정보만 잡히고 조금 더 정밀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무선인터넷(WiFi) 등 정보값이 잡히지 않아 현장 수색이 어려웠던 탓에 경찰은 각 통신사에 피해자 휴대전화 번호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소방 등 긴급구조기관은 긴급 신고를 접수한 경우 위치정보법에 따라 통신사에 가입자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긴급구조 상황에서 경찰이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보내는 것은 통신 수사 단계로 통상 112시스템 내 자동 위치 측위 이후 이뤄집니다. 다시 말해 112 시스템에서 신고자의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의 위치 정보값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기본 조건을 갖추는 게 더 시급하다는 얘기입니다.
알뜰폰 자체의 문제? “단말기 내 측위 모듈이 핵심”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이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은 기지국과 GPS, 와이파이 등 총 3가지입니다. 이 때 신고자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거나 GPS·와이파이 기능이 꺼져 있더라도 단말기 안에 ‘측위 모듈’이 탑재돼 있다면 원격으로 GPS와 와이파이 기능을 일시로 켜서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한 ‘2021년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 결과를 보면 단말기 특성에 따라 GPS와 와이파이 측위모듈의 탑재 여부가 달라 외산폰과 알뜰폰 등은 해당 기능이 꺼진 긴급상황에서 위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문제는 단말기 중에 측위모듈이 탑재돼 있지 않은 단말기도 있다는 겁니다. 국내 알뜰폰 단말기 다수와 아이폰 등 외산폰 일부에 측위모듈이 내장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1년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측정’ 결과를 보면 기지국 위치정보는 모든 단말기에 제공하고 있었지만 GPS와 와이파이 위치 정보는 단말기 특성과 이동통신사에 따라 부분적으로 제공됐습니다. 방통위의 품질측정은 GPS 및 와이파이 기능을 끈 상태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위치정보를 제공하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알뜰폰의 경우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측위 모듈이 탑재되지 않은 단말기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아이폰의 경우 긴급통화 중에만 GPS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업체 단말기는 GPS와 와이파이 모두 위치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알뜰폰 바꾸는 게 답? “측위모듈 표준화 연내 추진”

▲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방통위는 측위 모듈 표준화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긴급 상황에서 더 정확한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휴대전화 기종이나 이동통신사가 달라도 동일한 측위모듈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면서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과 협의해 표준화 모듈을 적용하도록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조가 잘 안 된다면 위치정보법 개정 등을 통한 법적 의무화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상연 기자